[장진규의 창업가 조언 시리즈 01] 이메일을 잘 써라.

기업의 리더로써 가장 기본이고도 중요한 스킬 중 하나가 바로 이메일 작성법이다. 이메일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오히려 기록형에 가까운 문서 전달에 가깝다. 단지 그 문서의 내용이 때론 문어체로, 때론 구어체로 쓰여질 뿐이다.

물론 반론도 있을 것이다. 이메일을 채팅처럼 용건만 간단히 하여 주고 받는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일을 함에 있어 상호 간에 잘 몰라도 업무적으로 교류를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진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이메일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의외로 스타트업 대표들이나 실무자들이 이메일을 쓰는 방식에 대해 훈련이 안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투자 검토, 자문 등을 요청하는 콜드 메일을 워낙에 많이 받는 터라 별별 형태의 이메일을 받게 된다. 어떤 이메일은 받아서 열어보면 “이런 기본도 안되어 있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한다고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본이 안된 경우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

바라건대, 제발 이메일을 잘 써라.

다음 세 가지를 체크리스트만 지켜도, 이메일 수준이 떨어진다는 소리는 어디 가서 듣지 않을 것이다.

1. 제목을 분명하고 간결하게 작성하라.

제목이 모호하면 읽기가 싫다. 수 많은 이메일의 홍수 속에서 나와 같은 투자자는 시간이 금이고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상대방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내 의지와 관계 없이 시간을 빼앗는 일이 바로 이메일을 읽는 행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보통 잘못된 제목들은 다음과 같다.

(no subject) → 이건 정말 뭐하자는 것인가?
안녕하세요. → 인사성은 밝다.
투자 검토 요청 → 간결해도 너무 간결히 했다.
소개 받아 연락 드립니다 → 누가 소개했는지라도 알려주면 좋겠다.
브랜드명 → 내가 세상의 모든 제품, 서비스를 알고 있지 않은데?
OOO 입니다 → 길거리에서 다짜고짜 헌팅 당하는 느낌이다.

이 외에도 “투자 가능하신가요?” “얼마까지 가능하실까요?” 같이 거의 야바위꾼과 야바위 대결 하는 듯한 수준의 제목들도 있다. 제목을 분명하고 간결하게 작성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어떤 것을 기대하고 이메일을 보내었는지, 어떤 내용을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빠르게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제목은 다음과 같다.

[투자 요청] 안녕하세요, OOO의 대표 OOO 입니다.
[회사명] 안녕하세요, 투자 검토를 요청 드립니다.
OOO의 대표 OOO 라고 합니다. 자문을 구하고자 이메일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위와 같은 제목들은 어디의 누가, 무엇을 원하는지 매우 분명하고 간결하다. 이메일 제목은 대부분의 이메일 클라이언트에서 헤드라인으로 표시되는 만큼, []나 <> 같은 괄호로 적절하게 구분지어주면 눈에 띄기 좋다. 사실 이 정도의 제목은 가르쳐야 할 정도의 어려운 작문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이런 기본적인 제목 조차 쓰지 못하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너무 많아 놀라울 지경이다.

잊지 마라. 투자자에게 이메일 보낼 때 나름 간절한 마음으로 나름 생각해서 쓰겠지만, 그런 대표님들이 투자자 한명에겐 하루에도 수십명이다. 창업가들이 바쁜 것 만큼이나 참된 투자자들은 끊임 없이 공부하고 스타트업과 함께 부대끼며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데 일조하느라 여념이 없다. 따라서 투자자의 시간을 소중히 할 줄 아는 이목을 잘 끄는 이메일 제목을 쓰는 것은, 프로페셔널 다운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점이자 한 기업을 이끄는 수장이자 기업가로써 성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스킬인 것이다.

2. 내용은 논리적으로, 자료는 즉각적으로 전달하라.

텍스트로 쓰인 문장이 논리적이지 않으면 되묻게 된다. 사실 논리적 글쓰기는 나 역시 대학원에서 연구 제안서를 쓰면서 좌절했던 적이 있다. 왜냐하면 내가 제안한 내용들이 논리적인 빈틈을 파고들어보니 굉장히 비약적이거나 논리적이지 못한 인과 관계 하에서 쓰여져 있다는 것을 지도 교수님으로부터 끊임 없이 지적받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우리는 논리적인 글쓰기가 약하다. 이는 일상 대화에서 파편화 된 이야기들을 화자와 청자가 주고 받으며 엮어내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글로 풀어내는 순간 빈틈과 비논리적 인과 관계는 굉장히 쉽게 보이며, 투자 검토를 요청하는 이메일의 내용에서 이러한 모습이 드러나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나 제품, 서비스여도 투자 검토를 하기가 싫어진다.

내가 최근 받았던 투자 요청 이메일 가운데 매우 당황스러웠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안녕하세요 OOO 브랜드 OO의 대표 OOO 입니다
이번에 사업규모를 늘려보고자 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사업계획서를 전달드리기 전에 한번 만나뵐수 있을까요 ?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일부러 구둣점 하나, 띄워쓰기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복붙했다. 어떤 계기로 본인이 스타트업을 시작했고, 현재 투자를 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단지 사업 규모를 늘려 보기 위해 맡겨 놓은 돈을 찾겠다는 느낌으로 만나보자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듯 하다.

나는 위 이메일에 정중히 다음과 같이 회신을 했다.

OOO 대표님께,

안녕하세요. 장진규 박사입니다. OOOO에서 OO로 OO하셨던 분 맞으시지요?

먼저 양해의 말씀을 구하자면, 제가 OOOO에도 쓰지만 일정이 매우 많아 확실한 어젠다가 아니면 투자 검토나 밋업 시간을 잡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한번 만나뵙는 것은 가능하지만, 사업계획서 전달이 어려우시다면 최소한 어떤 아이템으로 어떤 내용의 문제 해결을 하는 스타트업인지, 대표님의 간략한 약력이나 소개 없이는 어렵습니다. 최소한 상호간의 소중한 시간을 버리지 않기 위함임을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단순 사업 투자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세상을 좀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혹시 OOO 대표님께 제가 투자자로써 적합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용기내어 이메일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 요청 사항에 회신이 가능하시다면 회신해주셔도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장진규 드림.

사실 이런 이메일을 회신할 때, 생각보다 공이 많이 들어간다. 되도록이면 상대방의 기분을 해치지 않으면서 유연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내고, 특별한 악의가 없거나 예의를 모르지 않는 분이라는 느낌이 들면 부족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차츰차츰 교류하며 개선해나갈 수 있기 때문에 나 역시 정중하게 회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충격적이게도 위 이메일에 이런 회신을 받았다.

브랜드북 송부드립니다
2018년 매출 800
2019년 매출 5000
2020년 상반기매출 6000

세상을 좀더 나은 방향으로 가려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도움이 되는 사업이어야겠죠 원하는 부분이 같다면 한번 얘기해보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단 하나의 구둣점이나 띄워쓰기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복붙했다. 앞 뒤로 이메일을 시작하거나 끝맺음 하는 그 흔한 인사 표현 하나 없고, 심지어 내가 회신한 이메일에 꼬리잡기 하듯이 연결지어 “원하는 거 같으면 함 얘기 ㄱㄱ?” 하는 것 같은, 가히 청소년들이나 하는 언어적 태도의 회신을 받았다. 심지어 이 이메일을 보면 점(.)과 따옴표(,)가 텍스트로 표현된 문장의 전달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작성한 듯한 작문 행태를 갖고 있다.

이메일 본문의 내용은 투자를 요청하는 이메일의 특성상 1) 회사명과 간략한 히스토리, 2) 구성원이나 대표 개인의 소개, 3) 가진 아이디어나 준비중인 제품, 서비스에 대한 설명 등을 논리적으로 잘 담아야 한다. 보통 이러한 설명 뒤에 바로 밸류와 투자금액을 적는 경우는 많지 않으나 분명한 기준이 있다면 논리적으로 부가 설명과 함께 투자 검토나 만남을 요청하는 것은 좋다.

또한, 자료 역시 즉각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제대로 된 투자자라면 함부로 기업의 IR 자료나 기밀이 다소 포함된 자료를 다른 곳에 노출시키지 않는다. 자신이 투자를 기대하고 요청하는 투자자에게 그 정도 신뢰가 없다면 투자를 안받는 편이 낫다. 자료가 노출될까봐 “일단 만나보고 괜찮으면 자료를 줘볼까?” 하는 생각을 한다면, 앞서 언급한 투자자의 시간을 너무 쉽게 본 것이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된다면 필요한 정보들만 담아 요약본을 별도로 제작해서라도 반드시 이메일을 보내는 순간에 자료가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잊지 마라. 투자자에게 특히 첫 이메일의 내용과 자료는 첫인상을 남긴다. 아이디어나 제품, 서비스가 설령 좋지 않더라도 내용의 논리가 잘 담겨 있다면 인연의 끈이 생기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또한, 즉각적으로 보내주는 자료를 통해 좋든 싫든 해당 내용을 한번 숙지하고 나면, 나중에라도 특정 시점의 트렌드나 필요에 의해 다시 한번 찾아보고 팔로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첫 술에 배부르기란 정말 쉽지 않다. 콜드 메일에서 논리를 잘 담아낸 내용과 적재 적소의 자료를 보낼줄 아는 창업가는 신뢰할만한 기업가로 성장할 가능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곤 한다.

3. 이메일 하단에 서명을 삽입하라.

앞서 밝혔듯, 이메일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기 보다는 기록형 문서이자 진중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에 가깝다. 일상적으로 주고 받는 이메일이 아닌 업무 목적의 이메일이라면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 소속인지, 어떤 직책이나 직급, 혹은 역할을 하는지 등이 항상 표기되어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우려되지 않는 선에서 연락처를 기재하는 것은 필요하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과거 콜드 메일을 보낸 사람이 대표인 줄 알고 커뮤니케이션을 쭉 해왔는데, 마치 대표처럼 이메일을 보내고 주고 받았기에 전혀 의심하지 않고 미팅 일정을 잡아 투자 검토 전 사전 미팅을 진행했다. 인사를 하고 명함을 교환했는데 알고 보니 투자 검토를 요청한 사람은 대표가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바쁜 와중에 잘못 봤거나, 이메일에 소개가 되어 있는데 확인을 못했거나 싶어서 나중에 다시 확인해보니 애초에 대표가 보낸 것이 아니었다. 이메일 하단에 특별한 서명이 없어 이메일 내용에서 “~ OOO의 OOO이라고 합니다.” 라는 첫 줄로 인해 대표라고 착각을 한 것이었다. 대표가 아닌 사람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이었다 보니, 좋은 느낌을 받은 것은 그 이메일을 보낸 직원이었고 대표는 몇 번 더 교류해 본 결과 오히려 느낌이 별로였다.

요즘 같은 시대에 나 역시 리멤버로 명함을 정리하고 교환도 하지만,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명함 주고 받기가 바쁜 문화에서 이메일 하단의 서명은 명함 교환의 필요성을 줄여주는 중요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콜드 메일을 주고 받을 때에는 이 서명이 최소한 그 사람의 존재성을 개런티 해주는 도구가 되고, 투자 검토를 위한 교류나 투자 이후 자문하는 과정에서 이메일을 주고 받을 때에는 그 대표가 일을 대하는 프로페셔널리티(professionality)를 표현하는 최소한의 도구가 된다.

잊지 마라. 투자자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 이메일 하단의 서명은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생각보다 중요한 도구이다. 이메일이라는 비동기적 커뮤니케이션이자 기록형 문서에서 서명은 해당 이메일에 담긴 내용을 담보하는 워터마크와 같은 역할을 한다. 투자자는 이메일 하단의 서명을 통해 때론 정보를 얻기도 하고, 심지어 한번의 연락이나 교류를 고려해보기도 한다. 콜드 메일을 포함해 업무와 관련한 모든 이메일에서 서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기 자신은 물론 스타트업의 특성을 잘 녹여낸 서명을 가진 창업가는 소통하기에 좋은 기업가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메일을 잘 써라.

이외에도 하고 싶은 조언은 많지만, 핵심은 크게 3가지다.

  1. 제목은 분명하고 간결하게 작성하라.
  2. 내용은 논리적으로, 자료는 즉각적으로 전달하라.
  3. 서명을 통해 신뢰와 소통의 의사를 드러내라.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은 못갚아도, 투자를 이끌어내고 일이 되게끔 만들 수는 있다.

어딜가나 기본 소양은 중요하다.

© Alan.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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