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그동안 개인 resume로 써오던 본 웹사이트를 8월 1일자로 개편 완료 했다.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하나 하게 되었다. 바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설립해 연세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연구실로서의 기능을 해온 컴패노이드 랩스(Companoid Labs)리서치 컴퍼니이자 컴퍼니 빌더로 전환한다. 이러한 변화에는 다음과 같은 소회와 생각이 담겨 있다.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이하 HCI) 연구자이자 스타트업 투자자로 일한지도 꽤 되었다. 4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 개인투자를 진행했고,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이하 DHP)에서 파트너로써 14개의 스타트업 포트폴리오와 관계를 맺고 있다. 투자하고 자문하는 스타트업의 수만 50여개가 넘어가니, 웬만한 스타트업 투자 기관들과 맞먹는 스타트업들에 투자했다고 볼 수 있다.

기고글, 세미나, 강의 등 다양한 곳에서 내 소개를 할 때면 이제 위와 같은 경험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 말에 상당한 무게와 부담이 얹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어디 가서 스타트업 투자자 명함(나에겐 현재 DHP 명함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을 제시해도 상대방이 아예 모르는 경우는 잘 없을 뿐더러, 페이스북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내 글이나 인터뷰 한 기사등을 이야기하며 반갑다고 하는 경우도 늘었다. 연구자로써는 여러편의 SCI와 컨퍼런스 페이퍼, 특허 등을 쌓으면서 HCI 분야에서는 꽤 주목도 받았지만, 스타트업 투자자로 일을 시작할 때에는 아무 네트워크도, 지식도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인 셈이다.

나는 과거 스타트업을 창업해 3년만에 엑싯을 경험한 뒤 로봇 공학과 컴퓨터 공학,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과 HCI 분야를 전공하면서 연구자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연구실에서의 연구가 학문에 그치지 않고 산업에 두루 쓰일 수 있는 응용 과학 연구 분야인 HCI 연구자로써 어떤 방향성을 갖고 연구에 임해야 할 지에 대한 업(業)으로써의 고민을 끊임 없이 했다. 그 고민의 과정에서 길을 찾고자 과거 스타트업 창업 경험과 경영자로써의 배움을 토대로 스타트업 투자자로서의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인데, 세월이 흘러 비로소 누적의 힘이 발휘되기 시작한 듯 하다.

모든 연구들은 현실로 구현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의미를 갖는다. 특히, UX 설계와 연구는 사용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의 뼈대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건축가가 건물을 설계하는 것과 유사하다. 흔히 같은 것이라고 오해하는 UI가 인테리어 디자인이라면, UX는 마치 건축가가 공학적 차원을 비롯해 사회, 문화, 경제, 환경, 디자인 등 여러 차원을 고려해 건물 전체를 설계함으로써 그 건물의 사용자에게 핵심 경험을 디자인 하는 분야와 같다고 설명할 수 있다.

최근 내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이 UX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나에게 자문을 요청하거나, 해당 제품과 서비스의 UX 설계를 직접 해주기를 요청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는 사용자 경험(이하 UX)의 중요성을 알리고 실제 현업에서 연구를 통한 UX 설계 방식을 꾸준히 전달해 온 노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특히, 스타트업 투자자로서의 일을 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사들에 UX 자문과 디렉팅을 통해 UX 설계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이루어지는 방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산업계에서 조금이나마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내 몸은 하나인데 이런 요청을 하는 스타트업들이 수십개이니 어쩌나. 심지어 중견기업, 대기업들 조차 나에게 UX에 대한 자문과 더불어 필요하면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를 원하고 있다. 점차 개인의 능력에서 할 수 있는 자문이나 가능한 범위의 프로젝트 수준과 형태를 넘다보니, 그간에는 내가 잠을 줄이는 것은 물론 모든 일들을 우리 연구실 연구원들과 함께 진행해 그나마 버텨왔다.

하여, 오래전부터 생각하던 바를 구체화하고 추진한다. 컴패노이드 랩스는 미래의 디지털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람들의 삶에서 동반자 역할(companion role)을 하게 될 것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래서 “We study how humans and computers co-exist.”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사람들이 자신의 동반자에게서 경험할 수 있는 인간적인 상호작용을 디지털 제품이나 서비스로부터 경험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을 포함한 전체 UX가 동반자를 닮은 경험(Companoid Experience)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을 한다.

컴패노이드 랩스는 리서치 컴퍼니의 역할이 본업이다. 크게 AI 커뮤니케이션, 소셜 로봇, 디지털 헬스케어(디지털 신약 등)에 대한 UX 설계와 연구를 하는 리서치 그룹으로 구성된다. 각 그룹은 위에서 언급한 철학과 캐치프레이즈를 잘 이해하는 스타트업 등 기업들과 제한된 수 만큼만 배치 형태의 협력 관계(이를 우리는 투게더 컴퍼니라고 부른다)를 맺고, 해당 회사들이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UX를 책임진다(이를 우리는 Companoid Inside라는 UX 인증 모델로 보증한다).

자세한 것은 개편중인 컴패노이드 랩스의 웹사이트를 통해 어떤 형태의 협력 관계가 될 수 있을지를 소개하겠지만, 우리와 투게더 컴퍼니 관계로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UX를 고민하고 설계하기를 원한다면 alan.president@companoid.io 로 제안해주시면 된다.

동시에 컴패노이드 랩스는 컴퍼니 빌더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조만간 소개하겠지만 CIC (Company In Company) 형태로 컴패노이드 랩스의 UX 설계와 연구에 관한 역량이 녹아 있는 모 어플리케이션을 메인으로 하는 스타트업을 준비중에 있다. 해당 어플리케이션은 리브랜딩 후 지난 5개월 동안 아무런 마케팅 없이 오가닉하게 성장해 10만명이 다운로드하고 월 매출 1,000만원을 달성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로, 컴패노이드 랩스가 3년 전부터 끊임 없이 만들고 UX 설계의 효과를 검증해 온 HAY (How Are You) 프로젝트 어플리케이션의 일부 컨셉이 녹아져 있다.

역시 자세한 것은 새로운 웹사이트를 통해 소개하겠지만, 앞으로 컴패노이드 랩스는 위 사례와 같이 누적되는 수 많은 UX 설계와 연구 결과물들을 논문, 특허, 제품이나 서비스 등으로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자 한다. 우리는 UX계의 인텔이자 다음 세대의 아이디어랩(Idealab)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UX 관점에서 세상의 문제를 풀어내고 그 결과를 의미 있는 결과물로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는 HCI 전공자, 인지과학자, 심리학자, 컴퓨터 공학, 산업 디자인, 시각 디자인, AI 연구자 등 다양한 능력을 가진 분들 역시 alan.president@companoid.io 로 제안해주시길 바란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설레고, 훌륭한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 미래 혁신을 이끄는 출발은 이제부터다. 앞으로 나의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HCI 연구자이자 투자자로써, 또 컴패노이드 랩스의 의장으로써 공부하고 고민하는 일들에 대해 잘 전달하고자 한다. 뚜벅뚜벅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순리대로 갈테니, 많은 관심과 성원이 있기를.

© Alan.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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