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HCI 연구 트렌드를 통해 우리 삶의 미래를 예측하다.

서론

HCI (Human-Computer Interaction) 는 미래 기술의 발전을 선도하는 융합 분야로 많은 기업들로부터 주목 받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월트디즈니 등 세계적인 회사들은 모두 별도로 HCI 관련 리서치 센터를 세우고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분야의 워딩에서 드러나듯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에서부터 공학적인 사고까지 두루 갖춰야 하는 분야이며, 실생활에 적용될 기술에 대해 다루는 응용 학문의 꽃이다. HCI 연구를 통해 나오는 결과는 흔히 밖에서 많이 회자되는 좋은 UX (사용자 경험)를 사용자에게 제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학계 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 많은 주목을 하고 있다.

2018년도에 열릴 CHI 컨퍼런스와 이를 스폰서하는 세계적인 회사들

특히 과거에 비해 컴퓨터가 일상 생활에 더욱 깊숙히 침투하면서 HCI 분야는 기업마다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 HCI 연구를 통해 좋은 UX를 설계하고 제공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상업적으로나 공익적인 측면에 관계 없이 제품이나 서비스가 성공하는데 매우 중요한 무형의 가치가 바로 UX이기 때문에, CES나 MWC와 같은 전시회에서도 매번 이러한 측면에서 혁신을 논하곤 한다. 뿐만 아니라 HCI 분야의 전세계 최고 학회인 CHI (Computer-Human Interaction) 학회 등의 성공적인 개최에 힘입어 산업계와 학계 전반에 걸쳐 HCI 분야는 응용 학문으로써 그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HCI 분야의 최근 20년을 돌아보면 2000년대 초반 이커머스(E-Commerce)와 개인화 서비스를 주목했으며, 2000년대 후반부터 스마트폰의 본격적인 등장과 함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위키피디아로 대표되는 공동창작(Co-Creation), 그리고 2010년대 전반에 들어 증강 현실(AR), 가상 현실(VR) 등을 주목했다.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분야답게 인터넷 및 모바일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변화하며 연구해왔음을 알 수 있다.

최근 2010년 후반에 이르러 HCI 연구 트렌드의 공통적인 특징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 밀접하고도 지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파급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로봇,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분야에 많은 HCI 연구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분야의 연구는 제반 기술들의 조합을 통해 충분히 실용화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분야는 과거 주목받았던 분야들과는 달리 모두 일상 생활에서 굉장히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으며,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최근 HCI 분야의 연구 트렌드는 어떠한 방향성을 갖고 있을까? 필자는 HCI 분야의 트렌드를 키워드 중심으로 연구 사례들을 선별하여 소개하고, 미래 우리 삶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사용자 스스로에 주목하다.

건강한 삶을 위해 사용하는 스마트 디바이스가 있는가? 우리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모바일 환경에 꽤 오랜 기간 노출되어 있지만 이를 건강을 위해 활용한 경험은 딱히 없다. 각종 센서가 스마트폰에 적용돼 다양한 데이터를 트래킹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 때 엄청난 각광을 받았던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몸에 온전히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컴퓨팅 도구까지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장점을 살린 제품이나 서비스는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왜 그럴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필자는 헬스케어 분야가 ‘건강’을 너무 무겁게 다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헬스케어 분야는 의료 영역에서 주로 논하는 치료(treatment)의 측면에서 많이 다뤄져 왔다. 치료는 당연하게도 병을 치유하기 위한 즉시적인 기법의 행위 혹은 적용이므로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갖고 이다. 필연적으로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정확한 생체 데이터에 기반해 연구된 치료 방법을 바탕으로 표준화(standardization)되고 권고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물이나 인간 대상의 임상 연구는 대부분 이러한 이유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유전적인 측면을 제외하면 모든 병의 발병 원인은 대부분 일상 생활에서부터 출발한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부터 건강을 관리해야 겠다는 경각심을 갖는 경우는 병리적 증상을 인식하고 실제 어떤 병으로 판명이 되었을 때부터 이다. 바른 식습관, 좋은 생활 태도와 같이 듣기엔 좋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일상 생활의 행동 변화와 실천에서부터 건강한 삶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즉, 이제는 건강에 대한 접근을 치료보다는 추적과 관리의 측면에서 다루는 방식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상 생활에서 하는 습관이나 행동 양식은 건강한 삶을 위한 가볍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일게 분명하지만 관련 연구는 걸음마 단계에 있다.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상 생활에서의 여러 요인들에 대한 데이터 수집의 측면에서 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모든 연구가 그러하듯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은 과학적 엄정성을 담보하는데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센서 기술이 발전하고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이 상용화되면서 이러한 허들을 낮출 수 있게 되었다. 최근 HCI 분야에서는 이러한 데이터를 직간접적으로 활용한 다양한 방식의 인터랙션 설계에 대해 많은 고민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인터랙션 설계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스스로에 주목(attention)하게끔 유도하는 연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첫 번째로 질병에 대한 사용자의 관리 경험(Experience of Control)과 마음에 새기는 경험(Mindful Experience)을 증진시키는 차원의 연구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1해석이 다소 작위적일 수 있으나, 용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직관적으로 의역했음을 밝힌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자가 측정(self-tracking) 기술과 이에 관련한 HCI 연구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데, 자가 관리를 잘 할수 있도록 도와 주는 기술(self-management practice technology, 일반적으로 self-care라고 부르며 한국말로는 자가 돌봄 기술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에 많은 주목을 하고 있다. 자가 돌봄 기술은 당뇨나 고혈압, 천식과 같이 만성 질환에 대한 자가 관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특히 사람들이 초기 증상 지표를 기록할 수 있도록 돕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러한 자가 돌봄 기술의 효용 가치에 대해서는 많은 문제를 앉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관리 행위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심미적으로 떨어지거나, 혹은 지속성이 떨어지는 이유로 자가 측정 기술의 활용을 중단한다. 이는 자가 돌봄 기술의 효용 가치를 완전히 떨어트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와 관련해 눈에 띄는 연구로는 Amid Ayobi 외 3인의 연구2Ayobi, A., Marshall, P., Cox, A. L., & Chen, Y. (2017, May). Quantifying the Body and Caring for the Mind: Self-Tracking in Multiple Sclerosis. In Proceedings of the 2017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pp. 6889-6901). ACM. 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자가 돌봄 기술의 효용 가치에 관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다발성 경화증(MS)을 겪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관리 경험을 증진시킬 수 있는 자가 측정 기술의 효과를 확인했다. MS는 만성 질환의 일종으로 젊은 성인들에게 가장 흔한 질병 중 하나인데, 치료보다는 관리해야 하는 질병으로 자가 관리가 중요하다. 이 연구에서는 자가 돌봄 기술을 활용한 사용자가 MS에 대한 이해와 적응 방법에 대해 스스로 탐구하고 대처할 수 있게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자가 측정 장치의 특성상 센서 기반의 측정 데이터 정확성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용자는 MS의 관리에 대한 인지와 대처 능력의 상승으로 실질적인 관리 효과는 물론 충분히 만족스러운 UX를 얻을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사용자의 능력과 컨디션에 따라 자기 통제(Self-Regulation)를 가능하도록 돕는 자가 성찰 기술(Technology of Mindfulness) 차원의 연구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자가 측정 기술 중 자가 돌봄 기술이 주로 병리적 차원에서 다소 의료적인 해석이나 점진적인 개선을 요하는 만성 질환에 대한 효과를 주로 살펴본다면, 자가 성찰 기술은 자가 측정 기술의 활용을 통해 분석된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피드백을 받는 것에 많은 주목을 하고 있다. 자가 성찰 기술은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오거나 집중력을 증가시키는 등 심리적 효과를 이끌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특히 사람들이 스스로를 규제할 수 있도록 돕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효과를 유도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Interactive MBMA (Mindfulness-Based Mobile Application)라고 부르는데, 이를 디자인하기 위해 집중-규제 프로세스(Attention-Regulation Process)라는 심리적 효과 유도 체계를 활용한다. 이 체계는 안정화 반응(Relaxation Response, RR)과 집중 복원 이론(Attention Restoration Theory, ART)이라는 두 요소를 포함한다.

집중-규제 프로세스의 구조도

이를 잘 활용한 연구로 Niksirat 외 4인의 MBMA 관련 연구3Salehzadeh Niksirat, K., Silpasuwanchai, C., Mohamed Hussien Ahmed, M., Cheng, P., & Ren, X. (2017, May). A Framework for Interactive Mindfulness Meditation Using Attention-Regulation Process. In Proceedings of the 2017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pp. 2672-2684). ACM. 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RR과 ART를 활용해 사용자의 특정 행동이 자기 통제 과정을 돕는데 사용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이를 통해 정신적 피로에서 회복하는 것은 물론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검증했다. 특히 RR은 사용자의 행동 속도와 반복성을 바탕으로 마음이 어느 정도로 방황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지 판단하고 적절한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는데 활용되었다. 또한 ART는 새소리, 물거품 소리, 파도 등 편안한 효과를 제공하는 사운드 인터랙션을 통해 정신적 피로에서 벗어나는데 활용되었다. 그 결과 구현한 MBMA가 사용자의 마음에 대한 자가 통제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는데 반복적이고 효과성이 있음이 검증되었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복잡한 공공장소와 같은 표준적이지 않은 환경(non-standard environment)에서도 편리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밝혀 일반적인 사용자에게 보다 효과적이고 편리한 UX를 제공한다는 점을 밝혔다.

세 번째로, 사용자가 적절한 건강 의사 결정(health decision)을 내리기 위해 건강 정보 및 적합한 서비스의 획득, 처리, 이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건강 지능 인지 기술(Perceptive Technology of Health Literacy) 차원의 연구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기존의 사회 과학이나 국가 단위의 보건 관련 연구에서 건강 지능(Health Literacy)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종이나 민족, 낮은 교육 수준, 연령 등 주로 개인의 특성에 기반한 해석이 주를 이룬 반면, 건강 지능 인지 기술은 시스템이 사용자의 건강 지능을 인지하는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많은 주목을 하고 있다. 건강 지능 인지 기술은 자가 측정된 데이터를 정보화하여 그 자체의 인지 수준을 높이거나 적절한 피드백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도록 유도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특히 사람들이 자기 생활에 대한 평가를 객관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특징이 있다.

건강 지능 관련 연구는 기존에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이루어졌으나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대부분 국가 단위의 캠페인이나 지역 단위의 건강 행동 지침과 같은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하는 차원에 그친 것이 현실이다. 이는 기술적으로 건강 지능의 인지와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도구가 없었기 때문인 것도 있고, 개인마다 다른 건강 상태의 특성에 따라 건강 인지를 높일 수 있는 차원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탓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HCI 분야에서 건강 지능 인지 수준을 높여주는 기술에 관한 연구들이 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Xiaojuan Ma의 2015년도 연구4Ma, X. (2015). Developing Design Guidelines for a Visual Vocabulary of Electronic Medical Information to Improve Health Literacy. Interacting with Computers, 28(2), 151-169. 에 따르면 건강 지능 인지를 높이기 위해 전자의료 정보의 시각적 어휘를 분석해 디지털 환경에서 사용자에게 제공할 정보의 그래픽 진단 템플릿(graphical diagnostic template)을 제공하는 것이 개개인의 건강에 대한 이해도와 회상(recall)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특히 이러한 시각 어휘와 기술 구현을 위해 디지털 디바이스를 활용하는 사용자의 ‘이해’ 모델을 접목하고 시각 디자인에서 논하는 시각 어휘(visual vocabulary)에 대한 틀을 적용해 이해도와 회상 수준에 대한 효과를 검증한 것이 특징적이다. 의료적 어휘의 특성상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시각 어휘 기반의 피드백이 사용자의 건강 지능 인지를 높여준다는 점을 검증하였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인지 상승이 사용자로 하여금 자가 측정에 대한 관심과 신뢰 있는 UX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요약하자면,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HCI 연구의 트렌드가 기존의 헬스케어 분야가 하지 못했거나 할 수 없었던 보다 세밀하고 개인화된 차원의 방향성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사용자 스스로의 건강에 주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차원의 분석, 평가, 피드백 기술에 대한 고민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결국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사용자가 스스로에 집중할 수 있는 인터랙션을 자연스럽게 제공할 수 있는 설계 할 수 있는 HCI 연구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로봇, 사용자와 관계를 형성하다.

우리가 흔히 쓰는 로봇은 로봇 청소기 정도가 전부이다. 아직 로봇을 일상 생활에서 잘 활용하고있다고 설명할만한 경험이 흔치 않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최근 공항 등 일부 대형 공간에서 안내나 청소용 로봇이 배치되어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 실질적 경험의 전부라 하겠다. 자유롭게 대화하고 인터랙션 하는 로봇이 SF 영화에 등장한지 꽤 오래되었지만 아직 그 같은 로봇은 찾아보기 어렵다.

왜 그럴까?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와 마찬가지로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로봇과 관련한 연구들이 주로 기계적인 작동의 수준에서 그간 연구되어 온 탓이 있겠다. HCI 분야의 용어에서 파생된 HRI (Human-Robot Interaction) 분야는 사실 그동안 눈에 띄게 연구된 바는 없었는데, 생각해보면 일반적인 환경에서 로봇을 적용한 경우 자체가 적은 상황에서 이러한 연구 분야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한동안 열풍이 불었던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 인간형 로봇이라고도 부르며 보통 인간처럼 움직이는 이족 보행이 가능한 종류의 로봇들을 통칭한다)을 보면서 일부 HCI 연구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과연 로봇이 인간과 꼭 같아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실제 인간을 닮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인간이 하지 못하는 위험한 작업이나 대신해야 할 일들을 인간답게 수행하기 위해 인간의 신체를 닮아야 한다는 보편 타당한 진리 때문이다. 그러나 로봇이 집에서 나에게 물건을 가져다 주거나 불을 대신 켜고 끄며 감정적인 교류를 하는데 인간을 꼭 닮아야 할 이유는 없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HCI 분야에서는 소셜 로봇(Social Robot)으로 대표되는 인터랙션 로봇 기술의 구현과 효과 검증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인간의 오감을 활용한 인터랙션 연구는 기존에 다른 HCI 연구에서 검증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음성이나 시각적인 차원의 연구가 특히 다른 감각에 비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로봇의 목적성이나 활용 방안에 따라서 획기적인 연구 결과들을 내고 있다.

특히 최근 10년간 오락, 교육, 건강 관리 지원 목적의 사회적 유능함을 갖춘 로봇 설계에 대한 HCI 연구자들의 관심이 지대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Wakamaru와 같이 4개 국어로 인사가 가능한 건물 내 길 안내 에스코트 로봇이나 MS saya, Valerie, Tank, Hala 와 같은 접수처 안내 로봇 등은 대표적인 소셜 로봇의 실 사례들이다. 이러한 로봇들의 공통적인 목적은 좋은 첫 인상(first impression)을 사용자에게 남김으로써 정보 제공의 차원 뿐만 아니라 방문객이 미래에 다시 방문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과 관련이 높다.

이러한 소셜 로봇은 기본적으로 ‘컴퓨터는 사회적 행위자이다(Computer Are Social Actor)’라는 패러다임에 입각해 설명이 가능하다. 로봇이 사용자와 대등한 인터랙션을 할 수 있고, 하길 원하는 자질을 갖추기 위해서는 HCI 연구를 통해 인터랙션 설계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인데, 앞서 언급한 사회적 유능함에서 업무의 수행 능력에 관한 연구는 기존의 로봇 연구자들이나 HRI 을 연구하는 연구자들 역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유머나 공감과 같이 대인 관계 기술에 기반한 사회적 유능함의 효과를 증진시키는 연구는 부족했는데, 이는 사회적 행위자로서의 로봇에 대한 이해가 기존의 분야에서는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이와 관련하여 Andreea Niculescu 외 4인의 연구5Niculescu, A., van Dijk, B., Nijholt, A., Li, H., & See, S. L. (2013). Making social robots more attractive: the effects of voice pitch, humor and empathy. International journal of social robotics, 5(2), 171-191. 에 따르면 음성 특성 중 하나인 음조(voice pitch)와 언어 단서(language cue)가 사용자와 로봇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검증하였다. 특히 음조는 기존의 인간 간의 대면 커뮤니케이션(face-to-face)에서 의도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신호를 포함한다는 측면에서 이미 중요하게 다뤄진 바 있다. 남성과 여성의 음조 차이(120hz 남성, 210hz 여성, 평균)에서 상대방에 대한 인지되는 매력의 차이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차원6Riding, D., Lonsdale, D., & Brown, B. (2006). The effects of average fundamental frequency and variance of fundamental frequency on male vocal attractiveness to women. Journal of Nonverbal Behavior, 30(2), 55-61. 7Jones, B. C., Feinberg, D. R., DeBruine, L. M., Little, A. C., & Vukovic, J. (2008). Integrating cues of social interest and voice pitch in men’s preferences for women’s voices. Biology Letters, 4(2), 192-194. 에서 이미 이루어졌는데, 실제 컴퓨터 시스템에서 나오는 음성의 음조를 조절했을 때 사용자가 인지하는 호감도의 차이 역시 두드러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언어 단서의 측면에서 컴퓨터와 대화 과정에서 재치 있는 코멘트를 받은 사용자가 해당 시스템을 더 유능하고 협조적으로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로봇의 재치 있는 인터랙션 설계가 로봇과 사용자의 관계를 증진하는 UX를 제공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함을 확인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최근 로봇 분야에 대한 HCI 연구의 트렌드는 주로 기존의 로봇 연구 분야에서 하지 않았던 사용자와의 관계 형성 및 인터랙션 방식에 대한 고민을 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사용자가 로봇을 단순히 ‘사용’하는 맥락으로 바라보는 차원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동반자의 형태를 띄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이러한 고민은 HCI 연구의 중요한 가치를 더욱 부각 시켜 줄 것이라 판단된다.

인공지능, 사용자를 생각하고 이해하다.

인공지능 분야는 그 자체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지능의 형성은 인간의 성장기와 닮았는데, 인간이 태어나서부터 수 많은 환경을 접하며 학습된 결과로 인간의 지적 능력이 발휘된다. 이처럼 오랜 기간 학습되어 결과물로 나타나는 차원의 지능 능력(intellectual property)을 인공지능으로 구현한 결과물의 하나로 알파고가 등장해 신드롬을 일으킨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 알파고 이후 실제 생활에 당장 적용될 것만 같았던 인공지능은 우리 삶에서 크게 활용되고 있다고 보고된 케이스는 없다. 인공지능 기반의 제품이나 서비스라고 알려진 것들이 생활 속에서 스마트폰처럼 널리 쓰이는 경우가 드문 것이다.

왜 그럴까? 역시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인공지능 하면 따라오는 용어, 머신러닝 기술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는 환경의 부재가 가장 크다고 하겠다. 머신러닝은 일종의 알고리즘으로 인간의 정보 수집, 분석, 이해, 행동 반영(반복)으로 이어지는 전체적인 지능 능력 형성의 과정을 수학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컴퓨터가 0과 1로 이루어져 있어 정해진 작동 방식대로 작동되도록 코딩하여 구현되는 것을, 대량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기반해 컴퓨터가 정한 작동 방식대로 작동되도록 구현하는 방식이므로 질적으로 좋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중요하다.

그런데 잘 알려진 의사 결정 트리 학습이나 귀납 논리 프로그래밍, 베이지안 네트워크, 강화 학습 등 여러 알고리즘들8일반적으로 이러한 알고리즘에 대해 전공자가 아닌 이상 상세히 이해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러한 알고리즘들이 모두 컴퓨터’가’ ‘스스로’ 능동적인 학습이 가능하게끔 만드는 것이라는 수준에서 이해하면 되겠다. 은 여전히 인공지능의 완성형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컴퓨터가 스스로 정하는 과정을 코딩하는 작업 자체가 아직까지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머신러닝은 특정한 데이터를 감지, 이를 어떤 타입의 데이터인지를 판단, 분류하는 과정을 코딩으로 구현하여야 하기 때문에 하나라도 미흡하다면 데이터의 학습을 통한 성능 구현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HCI 연구는 인공지능의 구현이나 활용 측면에서 가진 문제점을 인간의 개입으로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방향의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머신러닝을 통한 학습과 이를 기반으로 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식에 관한 고민이 HCI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사용자 간의 역할(role) 교환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데이터를 확보하거나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로 2차, 3차 피드백을 통한 변수화 된 데이터를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머신러닝이 데이터에 대한 새로운 형태에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갖는 복잡도(complexity)나 투명성(opacity) 의 정도는 인터랙션을 위한 효과적인 디자인을 설계하는데 장벽이 되고 있다. 2차, 3차 피드백을 통해 예상되는 데이터를 정의하고 이를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복잡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높은 복잡도와 투명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요한 숙제이다.

글을 마무리 하며: 기계와 공존하는 환경속으로

최근 HCI 분야 최상위 학회들과 SCI 논문들을 바탕으로 살펴본 트렌드는 크게 다음과 같이 요약해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사용자의 활동 맥락에 맞춘 기술의 활용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자가 측정이나 자가 돌봄 기술은 모두 모바일 센서나 편리한 수준의 사용자 입력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현된다. 대부분 사용자로부터 실시간으로 수집된 데이터에 기반해 인터랙션이 구현되는 만큼 보다 세밀한 설계와 보다 긴 시간 동안(longitudinal)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수준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두 번째로, 사용자에 공감하는 인터랙션 기술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AI 스피커, 웨어러블 디바이스, 소셜 로봇과 같이 일상 생활 속에서 끊임 없이 인터랙션하게 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단순히 명령-작동 하는 구조의 작동 설계(Architecture of Control)를 벗어나야 할 필요가 생겼다. 챗봇 등의 인터페이스가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UX를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이슈가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세 번째로, 사용자를 생각하고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터랙션 기술을 적용하는 것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구체적인 연구 내용을 본문에서 제시하지 않았지만 이상적인 인공지능의 구현이 어려운 현재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 줄 대안으로 사용자와의 인터랙션이 개입된 형태의 3자 인터랙션이 주목받고 있다. 사용자와 인공지능 에이전트, 그리고 의사 결정 구조 알고리즘에 기반한 보조적인 인터랙션 에이전트가 간극을 매워주는 것이다.

필자는 상기 3가지 차원에서 앞으로의 미래는 인간과 공존하는 컴퓨터 기술의 진보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견한다. BBC 드라마 HUMANS에서 나오는 시나리오처럼 우리는 컴퓨터를 또 다른 자아를 가진 생명체로 인정하고 공존해야 할 시기를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의 미래가 혁신적이고도 놀라울 정도의 환경적, 사회적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 예측된다.

* 본 칼럼은 스마트 디바이스 트렌드 매거진 제29호(2018년 4월)에 기고한 기고글의 원문입니다. 기고글은 원문과 편집 방침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 기고글: http://bit.ly/2Fk0Fq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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