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휴먼, 컴퓨터는 인간을 꿈꾼다.

제목 그대로다. 기존 인간이 아닌 새로운 종의 인간, 세컨드 휴먼이 우리 생활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공상과학 영화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 드러나고 있다. 이제는 너무 많이 회자되어 진부한 구글의 AI분야 자회사 딥마인드(DeepMind)는 인간 이세돌과 승부에서 컴퓨터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최근 메신저 시장을 중심으로 몰아치는 챗봇 열풍은 컴퓨터와 생각을 교환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인간의 정신세계 구현은 뛰어난 컴퓨팅 기술과 복잡한 수학적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점차 가능성을 발견해가고 있다.

컴퓨터는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생각해보자. 태생적으로 인간이 하기 힘들거나, 오래 걸리거나, 혹은 인간을 대신 하기 위해 태어난 컴퓨터가 인간과 닮아야 하는 것은 숙명이다.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얼굴에 해당하는 모니터, 입력을 담당하는 키보드와 마우스, 그 외의 각종 컴퓨터의 부품은 인간과 매우 유사하다. 세월이 흐르면서 더 좋은 CPU는 인간보다 더 빠르게 계산하고, 더 화사하고 밝은 모니터는 인간이 원하는 것을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보여준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현재까지도 인간이 컴퓨터와 상호작용하기 위한 입력(input)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컴퓨터의 다음 모습은 어떠할까? 기술의 발전은 이미 SF영화에서 보여지는 것을 충분히 구현하고도 남을 정도로 비약적이지만, 사용자가 경험하는 컴퓨터는 생각보다 크게 변하지 않았다. 모바일 시대로 오면서 모니터가 아닌 터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게 되었고, 덕분에 입력 도구로 ‘손가락’이 중요해졌을 뿐이다. 우리는 여전히 뭔가를 입력해서 컴퓨터로부터 답을 얻고, 정보를 얻고, 탐색을 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앞으로의 컴퓨터는 인간의 외면 뿐만 아니라 내면을 닮아갈 것이다. 특히 단순한 계산에서 벗어나, 인간의 사고 과정을 탐구한 결과물로 몇 가지 논리적 체계를 갖추고 답을 추론해내는 행위. 바로 사고(思考)의 영역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왜 컴퓨터 기술은 인간의 내면에 관심을 기울이는가? 이것이 가져다 줄 새로운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이하 UX)은 무엇인가? 오늘 이야기 할 내용은 바로 이 두 가지 의문에서 출발한다.

챗봇, 내면 보여주는 대화가 핵심

‘챗봇(chatbot)’은 인공지능 열풍을 타고 최근 메신저 서비스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는 일종의 대화형 에이전트의 한 종류이다. 페이스북(Facebook)을 비롯해 텔레그램(Telegram), 위챗(WeChat), 킥(Kik), 카카오톡(Kakao Talk)등 전세계, 혹은 각 나라에서 내노라하는 메신저 서비스들은 모두 이 챗봇을 주목하고 있다. 우버(Uber)의 차량 호출 챗봇, 헬로보트(HelloVote)의 유권자 등록을 돕는 챗봇 등 종류도 다양하다. 왜 그들은 챗봇에 주목하는가?

필자가 보는 챗봇의 핵심은 대화(conversation)다. 그동안 컴퓨터와의 상호작용(interaction)에서 사용자는 컴퓨터의 대화법을 익혀야 했다. 사용자로부터 특정한 방식으로 입력하도록 컴퓨터가 제공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이하 UI)에서만이 상호작용이 가능했다. 앞서 언급한 컴퓨터의 모든 것이 인간을 닮아도 내면까지 닮았다고 여기지는 않는 이유다. 컴퓨터와 달리 인간은 다양한 감각과 표현법으로 대화할 수 있다.

필자가 마주한 북유럽 여행 중 가장 좋았던 여행자 인포메이션 기계의 UI. 하지만 이것이 챗봇으로 바뀐다면 어떨까?

그러한 측면에서 사용자(who)가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 컴퓨터와 상호작용 하는지를 메커니즘으로 만들고, 이것을 대화로 풀어내는 방식은 기존의 UX와는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사용자는 챗봇과 상호작용(interaction)하면서 기존의 라디오 버튼이나 체크박스 같은 특정한 UI 컴포넌트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저 사용자는 자신이 말하는 방식대로 챗봇과 이야기하면서 답을 찾아갈 수 있다. 컴퓨터는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알게 된 사용자의 대화 방식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서 명령의 의미를 파악하고 목적을 달성한다.

그래서 챗봇에 주목하는 우리가 염두해야 할 것은, 단순히 기술적 우월성이나 사용의 편리함의 차원에서 보아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챗봇은 바로 대화, 즉 인간이 어떠한 관계 속에서 갖고 있는 가장 고도화 된 능력이자 가치 중 하나를 컴퓨터가 흉내 내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의 내면을 가장 잘 닮아 있고, 또 컴퓨터가 닮아야만 하는 중요한 사례이다.

소셜 로봇, 경험적 주도권 갖는 것이 핵심

‘소셜 로봇(social robot)’은 특정한 역할을 부여 받아 사회적 행위를 타인 혹은 다른 물리적 에이전트와 수행하는 로봇이다. 실제 일상 생활에서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을 듣고 배워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형태의 이 로봇은, MIT 신시아 교수가 개발중인 지보(JIBO)를 통해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다(물론 지보는 최근 컨셉 영상과 달리 실망스러운 개발 결과물로 비난을 샀다.). 아마존(Amazon)이 개발한 에코(Echo), 구글의 홈(Home) 등 이미 세계적인 회사들은 소셜 로봇 준비에 한창이다. 왜 그들은 소셜 로봇에 주목하는가?

필자가 보는 소셜 로봇의 핵심은 경험적 주도권(experiential locus of control), 쉬운 말로 권한이다. 그동안 컴퓨터와의 상호작용(interaction)에서 사용자는 컴퓨터에게 권한을 부여해야만 했다. 사용자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고 권한을 부여하지 않으면 아예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는 것이다. 날씨를 알아보려면 날씨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 사이트를 찾아서 들어가야 했고, 음악을 듣기 위해서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만 한다. 앞서 언급한 컴퓨터의 모든 것이 인간을 닮아도 내면까지 닮았다고 여기지는 않는 또 다른 이유다. 컴퓨터와 달리 인간은 정보의 종류에 따라 그 양은 다를지라도 아주 다양한 정보를 자기 자신의 권한으로 컨트롤하고 있다.

영화 ‘빅 히어로’ 中 아픔을 물어보는 베이맥스(Baymax) 로봇. 아픔을 경험해보지 않은 베이맥스에게 아픔을 표현하지 않으면 컨트롤이 불가능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사용자(who)가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 컴퓨터와 상호작용 하는지를 학습하고, 이것을 정보로 제공하는 방식은 역시 기존의 UX와는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사용자는 소셜 로봇과 상호작용(interaction)하면서 “날씨 사이트 웨더닷컴에 들어가서 서울 강남구의 지금 날씨를 알려줘.”와 같이 자세한 요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저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소셜 로봇에게 알아서 찾으라고 일임한다. 컴퓨터는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알게 된 사용자의 권한 부여 방식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서 명령의 의미를 파악하고 목적을 달성한다.

그래서 소셜 로봇에 주목하는 우리가 염두 해야 할 것은, 단순히 로봇의 모양이나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의 차원에서 보아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소셜 로봇은 바로 권한, 즉 인간이 어떠한 관계 속에서 기본적으로 갖게 되는 주도권을 컴퓨터와 사용자가 형성해나가는 관계 속에서 조절하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의 내면을 가장 잘 닮아 있고, 또 컴퓨터가 닮아야만 하는 중요한 사례이다.

사용자는 결국 동반자(companion)를 원한다.

이렇듯,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단순히 우리의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작업을 돕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일상 속에서 존재하고 있다. 컴퓨터와 대화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것. 이것은 모두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소셜 미디어와 같은 제품 및 서비스들이 자동으로 우리의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억함으로써 가능해지고 있다. 컴퓨터가 우리의 또 다른 뇌로 비유되는 것처럼 사용자의 삶에서 사고의 일부를 대신하거나, 사용자의 행동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존재로써 UX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 UX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필자가 예측하여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차세대 UX로, 동반자 경험(Companoid Experience, 이하 CX)이 바로 그 해답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social being)로써 항상 동반자와 함께 삶을 영위해 왔다. 언제나 최소 둘 이상이 존재할 때 의미를 갖는 인간의 삶은 그래서 동반자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인문학에서 동반자는 활동을 공유(activity sharing)하고, 필요를 공유(need sharing)하며, 사회를 공유(social sharing)를 하는 관계로 정의한다. 이것은 현재 디지털 환경에서 추구하는 가장 근본적인 목적과 맞닿아 있다. 디지털 제품이나 서비스 사용자들은 끊임 없이 자신의 상태와 생각, 또 지인 관계를 공유하고 상호작용 하고 있다.

컴퓨터는 사용자의 동반자로 함께할 수 있을까? 필자의 CX에 관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서비스 프로토타입 예시 일부.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이제 컴퓨터를 명령을 내리면 되고, 또 내려야만 작동 한다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동안의 패러다임에서 기술을 다루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그리고 이를 활용하는 사용자 모두 컴퓨터를 일종의 매개체로만 생각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다른 사람과 바로바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 역할을 해주고, 소셜 커머스 서비스가 공동의 필요를 보다 빠르고 편리한 방식으로 공유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 역할을 해주며, O2O 서비스는 말그대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이를 실제 경험하는 사용자와 컴퓨터 사이의 상호작용은 여전히 구식(old-fasioned)이다.

CX는 이 상호작용을 새롭게 만든다. 제품 및 서비스가 가진 상호작용 요소들은 사용자와 연대감을 형성(sense of kinship with a user)하고, 사용자를 위해 수행(fulfillment for a user)하며, 사용자에 의해 반영(reflection by a user)되는 과정을 통해 더욱 정교해진다. 단지 그 형태가 챗봇이 될 수도, 소셜 로봇이 될 수도 있을 뿐이다. 필자는 ‘대화를 시도하고, 권한을 조정하는 주체’로써 제품과 서비스의 방향성을 예측하며, 새로운 UX 패러다임인 CX를 최초로 정의하였다.

필자의 연구 경험상 CX는 삶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필자가 수행한 연구 프로젝트 가운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메시지를 통한 상호작용 연구에서는, 동반자 경험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제공한 조건에서 걸음수와 강도, 수면에 있어서 유효한 행동 변화를 이끌어 냈다. 사용자의 맥락에 기반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다른 사람이 생각, 판단, 분석, 제안하는 사고의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부여했더니 이 어플리케이션 서비스를 통해 메시지를 제공받은 사용자 집단에서 실제 변화를 보인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분야에서도 유사한 패턴을 보일 수 있다. 필자가 연구 프로젝트 및 다양한 분야에 CX를 접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컨드 휴먼, 컴퓨터가 또 다른 인간으로써 사용자와 수평적 상호작용을 하는 날이 머지 않았다.

* 본 칼럼은 테크M 제44호(2016년 12월)에 기고한 기고글의 원문입니다. 기고글은 원문과 편집 방침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 기고글: http://bit.ly/39xQyw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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