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분야의 R&D

들어가면서,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문화사가인 피터 왓슨(Peter Watson)의 책, ‘Ideas: A History from Fire to Freud (국내, ‘생각의 역사’)’에서는 우리가 하는 모든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역사적 관점에서 풀어내었다. 불(fire)과 도구(tool)를 사용하는 행위에서부터, 언어(language)를 구사하고, 고차원적인 사고(thinking)를 하는 것까지, 이 책에서는 다양한 차원에서 인간의 본질과 진화(the nature and evolution of human)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아울러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경제-가치적 차원에서, 도구-기술적 차원에서, 분절적인 것 같으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인류의 발전사에 대한 내용들은 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Peter Watson – Ideas: A History from Fire to Freud, 국내에서는 ‘생각의 역사’라는 이름으로 2권에 걸쳐 발간되었다.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이라는 부제와 함께 30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필자는 올해 초에 읽고, 2번 째 완독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 책 이야기를 글 초반에 꺼낸 이유는, 이번 주제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이하 UX)에 대한 과거로부터 현재를, 현재로부터 미래에 대한 불확실하고도 주관적 생각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적 흐름 속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일은 그 흐름의 속도와 방향을 정확히 읽어야만 가능하다. UX는 그 역사가 굉장히 짧은 반면 패러다임의 변화가 매우 잦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앞으로의 상황을 짐작하기란 쉽지 않다. 필자는 이번 글을 통해 짧게나마 그 변화의 중심에서 일어난 UX R&D의 역사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학계와 현업이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공통의 차세대 UX R&D에 대해 짚어본다.

1. UX는 과학(science)이다.

본래 UX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인류는 도구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것을 발명해가는 과정에서 끊임 없이 UX를 고려해왔다. “보다 편리하고, 보다 쉽고, 보다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지.” 라며 더 개선된 도구를 만들어내는 것, 필자는 이것이 누가 뭐래도 진정한 UX의 출발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는 넓은 의미로 해석했을 때의 UX이다. 상식적인 내용만으로 해석과 이해가 될 것 같았으면, UX는 그저 마케팅 도구에 불과할 것이다(실제 최근 UX를 너무 가볍게 바라보고 너도나도 UX를 말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하지만 이 분야의 전문가라면, UX를 이러한 차원으로 바라보는 것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UX는 우리에게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그러나 엄연한 과학(science)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뿌리는 어디에서부터 왔을까?

튜링 기계의 창시자 Alan Turing, 이미지 출처: Google

컴퓨터 사이언스(Computer Science) 전공자라면 누구나 아는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을 먼저 언급하고 싶다. 그는 영국의 수학자로 현대 컴퓨터의 수학적 기초를 만들었으며, 세계 2차 대전 때 암호학 분야에서도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그가 남긴 튜링 기계(Turing Machine)는 사실 추상적 수학 개념인데, 이 개념은 현대의 컴퓨터에도 기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논문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On Computable Numbers, with an Application to the Entscheidungsproblem”

규칙(즉, 알고리즘)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기본 원리가 튜링 기계의 핵심이다. 여기서 튜링이 제안한 개념의 골자는, “인간의 뇌도 기계의 일종으로, 뇌가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하여 어떠한 형태의 결과(감정, 행동 등 모든 수반되는)까지 내어놓는 것을 컴퓨터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모태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UX의 역사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분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인공지능과 인지과학이 컴퓨터를 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관점은, 1) 인간은 정보를 처리하는 고유 알고리즘이 있으므로 이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과 2) 인간이 경험하고 사고하는 방식을 컴퓨터로 구현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자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다양한 알고리즘이 이미 구현되어 있고, 이를 통해 현재의 컴퓨터는 대부분 전자의 알고리즘을 고도화 시키는 방향으로 작동되고 있다. 물론 인간과 차이점이 있다면 ‘오류’의 가능성을 철저히 배제시키는 것이다. 오류가 발생한다면 에러메시지를 띄우며 하는 일을 멈추게 만들면 그만이다. 윈도우의 블루스크린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전자에 비해 훨씬 어렵고 복잡하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분석하고, 이를 패턴화 할 수 있는 선까지 검증하여 일반화를 하고, 이를 컴퓨터가 받아들여 동일한 형태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공장에서의 로봇과 같이 단순한 반복 작업이 아닌 인간과 상호작용을 통해 컴퓨터가 인간을 이해하며 작동할 수 있는 형태의 디바이스를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컴퓨터가 아닌 인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여기서 바로 HCI (Human-Computer Interaction,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와 UX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2. 학제적 차원에서의 UX R&D

2.1. HCI/UX 연구의 근간 – 인지과학

Cognitive Science Hexagon, 이미지 출처: wikipedia

필자가 HCI 연구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인지과학은 물론 훨씬 이전부터 출발했다. 인지과학은 본래 인간을 연구하는 철학자, 심리학자, 인류학자, 컴퓨터 과학자, 생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기초학문분야의 학자들이 기계(machine)를 다루면서 만들어진 융합 학문이다. 사실상 최근 융합이라는 키워드의 시초이자 중심인 학문이라 하겠다. 이 학문 분야는 1941년 만들어진 ‘메이시 콘퍼런스’를 통해 공식적으로 학문 분과가 처음 형성되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인지과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간은 컴퓨터처럼 자신의 경험과 정보를 처리하는 알고리즘이 있다고 본다. 이 알고리즘을 증명하고 이를 컴퓨터 시스템에 접목한다면, 작게는 좋은 UX를 만들어냄은 물론, 크게는 인간과 똑같은 컴퓨터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에 대한 폭 넓은 이해와 개념화, 그리고 이를 통해 실제로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HCI가 다루는 연구의 범주라 하겠다.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대중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컴퓨터를 주로 ‘문제 해결형 기계(Problem Solving Machine)’ 혹은 ‘정확한 계산 기계(Accurate Calculator)’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감히 인간의 인지 매커니즘의 일부를 컴퓨터 시스템에 적용하거나 의식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사용자(user)가 일반적이지 않으니, UX를 고려할 이유도 크지 않았다. 심지어 그 때부터, 인간적이지 않은(?) 정교함에 의식까지 접목된 컴퓨터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두려움마저 있었던 터라, 시도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이러한 경향은 196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2.2. HCI/UX 연구의 출발 – PC의 대중화, 그리고 사용자 중심 디자인(UCD)

그러나 1970년대 들어 Personal Computer(PC)의 보급으로 인해 급격히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다.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컴퓨터가 말 그대로 ‘Personal’한 환경의 사용자 레벨에서 다루어지자 만드는데 많은 고려가 필요해졌다. 인간이 가진 개성만큼이나 너무나도 다양한 방식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비로소 우리는 사용자(user)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 때쯤, UX는 에드워드(E.C.Edwards)와 카시크(D.J. Kasik)의 ‘User Experience With the CYBER Graphics Terminal’에서 처음 언급된 것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시기 즈음부터 주로 인간 중심 디자인(Human-Centered Design, UCD)의 차원으로 인간과 컴퓨터간의 상호작용에서 만들어지는 경험의 가치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이것이 곧 학계에서의 진정한 HCI/UX R&D의 출발로 볼 수 있다.

특히 UX를 깊이 연구하면 할수록 인간의 본질이 보다 중요해짐을 깨달아가는 시점에서 1980년대 초, 컴퓨터 공학(Computer Engineering)과 인지 심리학(Cognitive Psychology)를 수학한 Stuart K. Card,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Thomas P. Moran, 그리고 인공지능 연구의 대가 Allen Newell이 공저한 “The Psychology of Human-Computer Interaction”을 통해 UX에 대한 근본 학문으로써 HCI 분야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2.3. HCI/UX 연구의 폭발적 증가 – 사용자를 고려한 융합 기술(User-Centered Convergence Technology)

1990년대에 이르러 HCI 분야의 연구를 통한 UX는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차원의 R&D가 이루어졌다. PC가각 가정에 1대씩 보급되고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짐과 더불어,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모바일 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었다. 예를 들어 컴퓨터의 형태(예를 들어 PC, 노트북, 모바일폰 등)에 따라서 제공되어야 할 UX에 대한 HCI 연구가 대표적이다. GUI(Graphic User Interface)에서 인지 부하(cognitive load)를 줄이는 버튼 배치에 관한 연구라던가, PUI(Physical User Interface)에서 색상이나 재질, 모바일 폰의 경우 손에 쥐었을 때의 그립감 등 컴퓨터를 통해 경험하는 물리적 요소들에 대한 연구 등이 이 시기에 많이 이루어졌다. 인지 과학, 인간 공학(Ergonomics Science), 소재 공학(Materials Science) 뿐만 아니라 산업 디자인(Industrial Design), 감성 공학(Aesthetic Engineering)과 같이 다양한 분야의 발전/융합이 이루어졌다.

HCI에 관여하는 학문 분야들, 이미지 출처: Yonsei HCI Lab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1990년대 후반부터 HCI/UX R&D의 메인 스트림(main stream)은 크게 사이버(cyber) / 소셜(social) / 모바일(mobile) 로 나눠볼 수 있다. 인터넷 속도가 실시간 스트리밍이 가능한 수준으로 빨라지자 사이버 커뮤니케이션, 사이버 행동과 같은 키워드로 인간이 오프라인에서 해오던 행위들이 가상 공간에서 어떠한 형태로 표현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아울러 2000년대 초반에는 사이버 커뮤니티, 혹은 위키피디아(Wikipedia)와 같이 소셜 혹은 협업 환경(collective environment)에서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이 때부터 여러 사용자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상호작용하는 매커니즘(mechanism)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학(communication) / 인지 심리학 / 사회 과학(social science) 분야를 기반으로 기존의 HCI 분야의 연구주제가 보다 확장되었다. 동시에 빅 데이터(big data)를 기반으로 한 사용자 행동의 패턴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HCI 분야의 이론적 발전에 현상적 증거들이 되어 줄 empirical data들이 과학적 공고함을 다져주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HCI/UX R&D는 바야흐로 기술의 폭발적 발전으로 굉장히 다양한 분야가 연구되고 있다. HCI/UX 분야에서 다룰 수 있는 영역은 앞서 밝힌 년도별 흐름과는 별개로, 대부분의 컴퓨터 기반의 연구들은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기술의 성숙도나 고도화에 따라서 큰 흐름이 바뀌어왔는데, 현재의 시기에서는 기술적으로 시기상조라고 언급되는 분야가 없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발전이 눈에 띄게 이루어졌다. 키워드로 나눠보면 스마트(smart) /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 공유(sharing)로 볼 수 있다. 아이폰(iPhone)의 등장 이 후 우리가 지금까지도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보고 있는 스마트 디바이스들은 더 이상 컴퓨터가 앉아서 상호작용하는 기계가 아니라, 이동하면서 우리의 삶 속에서 함께 하는 일상적인 도구(tool)가 되어가고 있다. 이에 맞춰 연구 또한 사용자들이 특정한 맥락(context) 환경에서 협업적 창작(creative creation)을 하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에 관한 연구라던가,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환경에서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또한 우리가 계속해서 상호작용하는 인터페이스(interface)가 구현되는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좀 더 생동감있고 실제적인 화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실재감(Sense of presence)에 대한 연구가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고, 여기에 3D와 증강현실 같은 응용 기술을 더해지면서 가상 현실에 대한 표현이 보다 풍부해졌다. 동시에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기술의 발전으로 몇 년간 우리에게 가장 밀접하게 다가온 공유(sharing)의 측면에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GPS를 기반으로 한 위치 맥락 공유(Location context sharing)와 이를 활용한 소셜 인터랙션에 관한 연구가 특히 많았고, 온라인 쇼핑(online shopping)에서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에 대한 연구들도 많이 이루어졌다. 동시에 최근에는 IoT (Internet of Things)이 대두되면서 인간-컴퓨터, 인간-(컴퓨터)-인간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컴퓨터-컴퓨터(Machine to Machine, 이하 M2M)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각종 정보의 공유에 대한 연구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2.4. HCI/UX 연구의 미래 – What’s gonna be the next?

최근 연구의 흐름을 HCI의 3요소(“HCI 관점에서 바라본 웨어러블 디바이스, 그리고 패션”, 모바일트렌드디자인 Vol. 11, 2014, p.28-29 참고) 관점에서 정리해보면 Human-Oriented Interaction, Organic User Interface, Contextual Architecture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인간이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언어적(verbal), 비언어적(non-verbal)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interaction 기술에 대한 연구가 있다. 제스처(gesture)나 음성(voice)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로, 자연 상태에서 발견될 수 있는 형태나 변형, 유연, 진화 등의 본질적 특성을 반영한 interface 기술에 대한 연구가 있다. 인간의 모든 입출력 신체기관들은 입력과 출력의 기능이 구분 없는 것처럼, 컴퓨터의 모든 부분이 interface가 되어 입출력을 담당하게 되는 것에 대한 주제가 여기에 속한다. 이에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의를 통해 좀 더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다: “We chose the term “organic” not only because of the technologies that underpin some of the most important developments in this area, that is, organic electronics, but also because of the inspiration provided by millions of organic shapes that we can observe in nature, forms of amazing variety, forms that are often transformable and flexible, naturally adaptable and evolvable, while extremely resilient and reliable at the same time. – http://www.organicui.org”. 세 번째로, 인간의 모든 경험은 어떠한 맥락 하에서 이루어지며, 그 흐름은 연속적이면서도 불규칙적이다. 따라서 컴퓨터가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 정보를 가공한다면 사용자의 니즈에 잘 맞는 UX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architecture 연구가 여기에 속한다. 필자가 했던 context information sharing 기반의 social support 연구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진행했던 선험적인 연구였다.

Interface의 발전 방향(좌>우), 이미지 출처: www.egbr.com.br

그렇다면 미래의 HCI/UX R&D는 어떤 분야에서 가장 주목을 받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인지과학이 태동했던 1940년대 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UX에 대한 연구는 그 기초가 되는 학문에서부터 속도와 방향성에 따라 조금씩 메인 스트림이 달라져 왔다. 따라서 언급하지 않았던 분야들이 갑자기 해당 시기에 폭발적으로 연구가 된 것이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서 두루두루 발전해오던 중 그 시대의 사회-문화적 흐름과 경제-가치적 변화, 도구-기술적 발전에 따라서 소위 붐업(Boom-Up)이 되는 분야가 다를 뿐이다. 따라서 근 미래에 주목을 받을 연구로는 앞서 언급한 3가지 연구 흐름(Human-Oriented Interaction, Organic User Interface, Contextual Architecture)이라고 필자는 감히 정리하였다. 물론 ‘흐름, 변화, 발전’에 따라 패러다임은 바뀔 수 있다. 또한 앞으로 주목을 받는 분야는 이러한 학제적 패러다임과 더불어, 사용자에게 가장 맞닿아 있는 분야인 만큼 시기마다 실제 사용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따라서도 달라지므로 이에 대한 기업의 UX R&D 역시 종합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간단하게나마 기업들의 R&D 흐름에 대해 정리해보자.

3. 기업 차원에서의 UX R&D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R&D는 분야를 막론하고 중요하지만, 특히 최근 들어 UX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이에 대한 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기업들의 R&D 현황은 어떠할까?

과거 UI로 불리며 UX에 대한 개념적 정의가 전혀 없던 시절에는 디자인 중심의 R&D가 주류를 이루었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도 UX센터를 별도로 세워 본격적으로 R&D를 하기 시작한 것이 2010년 무렵이므로, 기업에서 UX를 바라보는 수준이 얼마나 낮았는지 알 수 있다. 주로 UI 개발 부서에서 바라보는 일관성, 사용성, 심미성 과 같은 design perspective에서 디자인하고, 외부 기관에 UT (Usability Test)를 하는 것으로 UX를 다뤄왔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불과 2010년도까지 주로 UX를 다뤄오던 방식이다. R&D라고 보기에 어려운 수준이다.

학문적으로 진행되는 R&D는 선택과 집중, 즉 확고한 연구 문제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에 반해, 기업은 사용자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역량에 따라 다른 수준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의 UX R&D 흐름은 크게 3가지 수준에서 분류가 가능하며, 간략하게나마 사족을 덧붙여 미약하게나마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사용자가 마주하는 모든 차원에서의 총체적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계 없이, 처음에 구입(혹은 가입)부터 시작해 기능을 하나하나 사용을 하면서 벌어지는 변수들을 하나하나 고려하는 것이 포함된다. 가장 1차원적인 UX에 속한다고 볼 수 있으나 스마트 디바이스와 같이 multi-layer의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많아지면서 경험을 보다 세분화된 형태로 디자인해야 하는 이슈가 있다. 두 번째로, 제품과 플랫폼을 하나로 묶어내는 차원의 2차원적인 UX이다. 아이폰(iPhone)이 후 수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서비스와 콘텐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성공적인 기업은 모두 해외 기업들이었다. 아마존이나 구글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서비스와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고, 여기에 맞는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애플과 함께 잘 구현된 Ecosystem의 사례로 꼽을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 역시 플랫폼에 대한 UX R&D를 많이 수행하고 있다. 세 번째로, 사용자와 사회적 차원의 3차원적인 UX이다. 이는 다소 거시적이지만 쉽게 생각하면 피처폰 시절의 제품 차별화 전략에서 그 혜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피처폰 시절에는 타겟을 연령별, 성별로 나누어 어릴 때부터 해당 브랜드의 해당 제품 혹은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하고, 이것이 나이가 들어서도 사용자의 삶 전반에 걸쳐서 선호도를 가질 수 있도록 제품 전략을 구상했다. 이 전략을 UX에 적용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최근 UX R&D가 사용자 중심(User-Centered)에서 사용자 주변(User-Surrounding)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을 보면 필요한 전략이다. 실제 해외 기업의 R&D를 보면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흐름에서 벗어나 특정 타겟을 대상으로 한 UX를 고민한 제품을 내어놓기 시작했다.

이렇듯 크게 3가지 흐름에서 기업의 UX R&D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 역시 그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방향의 고민들을 안고 있다. 유망 기술이나 트렌드는 다양하지만, 차후 근 미래에 사용자의 삶에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될 제품들인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 3D 프린터(3D Printer), 드론(Drone) 등은 UX R&D를 통해 실제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4. 정리하며

최근 UX R&D의 흐름을 IBM의 사례에서 한번 살펴보자. IBM은 R&D를 통한 기업 경영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왜 성공했을까? 첫 번째, 말 그대로 R과 D의 연결이다. IBM의 경우 연구와 개발을 연결시켜 실제 제품화 하는 과정을 일원화 했다. 새롭게 조직한 ‘왓슨 그룹(Watson Group)’은 연구와 개발에 참여하는 모든 연구원들이 한데 모여, 연구 활동 → 이를 기반으로 한 UX 디자인 → 제품 개발 의 프로세스를 유기적으로 한다. 이 중심에는 당연히 사용자가 있다. 두 번째,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선험적 UX R&D를 하는 것이다. IBM은 2013년에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소셜, 보안 등 대부분의 특허를 현재와 미래의 트렌드에 맞춰 획득하고 있다. 특히 인지 컴퓨팅에 굉장히 많은 연구를 기울이고 있고, 이는 향후 실제 UX를 구현하는데 있어서 기반이 되는 기술들이 될 것이다. 세 번째, UX R&D에서 가장 중요한 사용자와 사회 문제 사이의 관계를 고려한다. IBM은 UX R&D에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의 전문가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하고 있는데, 이는 보다 넓은 차원에서 사용자를 바라보고 거시적 문제 해결에 자신들의 기술이 쓰이길 바란다. 여기에는 UX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보는 그들의 관점이 담겨있다.

아직 국내의 UX R&D는 상품 기획과 마케팅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 하다. 늘어가는 시스템 종류와 이로 인해 UX의 중요성은 증가되고 있지만, 전문가는 부족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UX 분야는 디자이너나 마케팅, 기획 분야에서 마치 안고 가는 하나의 서브로 취급 당해 왔다. UX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실무에서 할 수 있는 R&D는 사용자 조사 수준이며, 실제 기업에서 하는 사용자 조사의 질문지(Questionnaire)만 봐도 전통적인 방법론이 잘 녹여져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국내 기업이 UX R&D에 보다 진중한 자세를 갖고, 전통적인 전자/전기/기계 분야의 R&D와 동등한 수준으로 바라봐야만 하는 이유이다.

* 본 칼럼은 모바일 트렌드 디자인 제12호(2014년 8월)에 기고한 기고글의 원문입니다. 기고글은 원문과 편집 방침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 기고글: http://bit.ly/2rJA9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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